봄날의 전시
봄기운이 싹트는 3월, 전시도 함께 움튼다.
PAST, PRESENT, FUTURE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지낸 김성우 큐레이터가 기획한 제시 천, 정유진, 권용주, 이해민선, 남화연, 양유연 6인 단체전 <노스탤직스 온 리얼리티>. 작년 1월 개최된 <지금 우리의 신화>에 이은 타데우스 로팍 서울의 두 번째 단체전이다. 갤러리 2개 층에 걸쳐 전시되는 회화, 드로잉, 조각, 영상 작품은 노스탤지어적 정서를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을 새롭게 그린다. 작가 6인은 과거의 기억, 경험, 정보 등에서 추출한 파편을 각자의 표현법으로 작품에 녹였다. 언어가 가진 권력 구조를 해체하고, 콘크리트와 빗자루, 대걸레 등의 오브제를 활용해 예술과 노동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기도 한다. 이들의 시선은 또 다른 실재적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3월 9일까지, 타데우스 로팍 서울.
뒤엉킨 세계
서구의 근대성과 그에 저항하는 비서구권의 독립성. 김홍석은 20여 년간 다양한 형식과 매체를 넘나들며 그 사이에 발생하는 모호한 인식을 비판해왔다.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는 현대사회에 만연한 대립적 개념에서 벗어나고 인식 체계를 전환하는 방법으로서의 ‘뒤엉킴’을 조명하는 자리다. 관람객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듯 낯선 광경을 마주한다. 조커의 얼굴과 고양이의 몸을 결합한 ‘실재 악당’(2024), 하이힐처럼 높게 제작한 슬리퍼 ‘하이힐 한 켤레’(2012) 등 통상적 정보는 해체되고 서로 뒤엉키며 생소한 형태로 재탄생한다. 실재와 허구, 정상과 비정상, 옮고 그름의 대립은 어느덧 그 의미를 잃은 채 완전한 자유로움을 얻게 된다. 3월 3일까지, 국제갤러리.
설치적 회화
기하학적 형태로 자신만의 언어를 그리는 이상남이 개인전 <Forme d’esprit(마음의 형태)>를 열었다. 19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40여 년간 활동해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아우르는 작품 14점을 만날 수 있다. 철학자 질 들뢰즈에게서 영감 받아 사용한 어긋나게 하기, 비틀기, 겹치기 같은 묘사법은 자칫 단순할 수 있는 평면 회화를 건축, 디자인, 공간으로까지 확장한다. 기호를 연상시키는 작품 속 형태는 서로 고정된 관계를 끊임없이 부정하며 의미의 균열과 파열을 불러온다. 이상남이 그린 추상적 이미지는 그렇게 자리 잡기를 거부하며 부유한 채 이곳저곳을 연결하고 얽히게 해 새로운 이미지를 생산한다. 3월 16일까지, 페로탕 서울.
GET OUT
다양한 사물이 지닌 의미를 해방시키는 에티엔 샴보가 한국을 처음으로 찾았다. 그는 개인전 <Prism Prison>을 통해 제약과 통제를 성찰하고, 광학과 기하학, 동물의 신체, 정치 등 다양한 대상을 해방시킬 방법을 고민한다. 전시실 초입에 자리한 네온 설치 작품 ‘Erasure’(2024)는 텅 빈 공간 안에서 홀로 빛을 내뿜는다. 무언가를 지울 때 긋는 선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공간을 삭제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동시에 빛을 밝혀 공간을 가시화하는 역설적 의미를 내포한다. 종교화에 금박을 씌워 작품 속 동물에 부여된 서사를 단절시킨 ‘Untamed’ 연작, 말의 몸을 조각 내고 접고 재조합해 완성한 ‘Zebroid’ 연작 모두 관람객에게 기존의 범주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다. 3월 9일까지, 에스더쉬퍼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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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이재윤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ARTIST AND KUKJE GALLERY, ESTHER SCHIPPER SEOUL, THADDAEUS ROPAC SEOUL, PERROTIN SEOUL